최단경로

진혁은 이해할 수 없는 문장 속에서 허우적대길, 그 안에서 겨우겨우 익사하지만은 않길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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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곤 쪼그려앉더니 양팔을 벌려 한 손에 하나씩 철근의 튀어나온 부분을 잡고 바깥으로 몸을 떨어뜨렸다. 그렇게 목젖처럼 매달려 로비의 텅 빈 공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진혁은 철근에 감긴 그녀의 빨간 손가락을 지켜보면서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아래로 떨어질까봐 겁이 났지만 오늘도 막을 방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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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이 그녀의 발목을 낚아챘고, 애영은 턱걸이하듯 있는 힘껏 팔을 굽혀 머리를 위로 들어올렸다. 둘은 자연스럽게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콘크리트 창 속으로 네모난 하늘이 풀장처럼 넘실거렸다.

  진혁이 부르는 소리에 애영은 고개를 돌렸다. 그는 교복 앞자락에 묻은 모래를 털고 있었다. 부모에겐 오늘도 축구를 했다고 구라를 치겠지. 쟤는 참 손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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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물러서려는 혜서를 애영이 인도 쪽으로 끌었다. 주춤하면 더 위험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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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엄마한테 뛰어가는 걸 보면 저렇잖아요. 중간에 차도가 있건, 횡단보도가 멀리 있건, 신호등이 빨간불이건, 그런 건 다 무시하고 그냥 엄마한테 직진하는 거죠. 기계들도 마찬가지예요. 이 점에서 저 점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이 뭐냐고 물으면, 고장이 난 게 아니고서야 다짜고짜 직선을 그을 거예요. 사실 그게 정답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차도도 있고, 인도도 있고, 과속방지턱도 있고, 육교도 있고, 횡단보도도 있고.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런 걸 아이에게 가르쳐주듯이 기계한테도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한다는 거예요.


* 도입부에서 많이 헤맸지만 한 장씩 넘길수록 몰입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평소에도 좋아하던 습하고 건조하고 조용한데 위태롭고 < 그런 책이었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