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책 #2

오늘의 챕터는 ‘추운 계절의 시작을 믿어보자’.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겨울의 언 강이 눈꺼풀 아래에 그려지는 기분이 들었어.

‘헤어져 돌아오면 얼굴은 그새 감감해지고 그의 목소리만 귓전에 남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나는 항상 헤어지고 나면 사람들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서 이 문장이 반가웠다. 내 기억 속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눈코입이 없어. 예전에는 기억했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했던 이야기들 마저 기억이 안 나. 놀라울 정도로 하나도. 스트레스를 받은 시기가 가장 크겠지만 그 이후로는 기억 보관 기간 자체가 짧아진 것 같아. 목소리도 낮았는지 높았는지, 말은 빠른 편이었던가 아니면 여유로웠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상하게 귀에 맴돌아. 분명 목소리도 아니고 문장도 아니건만 무언가 귀에 맴돈다는 사실은 변치 않고 심지어는 그게 누구인지 마저 다 구분할 수 있어서, 이건 잔상일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