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는, 나에게는, 앞으로 11월이 몇 번 남았을까 물어보면서.’ 에서 언급되었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에 영감을 준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 에서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정확하게 그 장면이 떠올랐어. 뒤에 이어지는 대사로는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 여긴다.’

챕터의 ‘하지만 끝내 행복은 선에 속할 것이다.’라는 문장이 좋았다! ‘행복은 그렇게 빤하고 획일적이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도 어려우며 저마다 손금처럼 달라야한다. 행복을 말하는 것은 서로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는 일처럼 은밀해야 한다. 내 손을 오래 바라본다. 나는 언제 행복했던가. 불안도 외로움도 없이, 성취도 자부심도 없이, 기쁨으로만 기뻤던 때가 있었던가.’ 의 연장선으로 선에 속하는 행동이 순전히 기쁨으로만 기쁨이 되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라는 생각

세 번째 챕터인 ’산책이 시가 될 때‘ ’울타리를 지나서 바다 반대편 고사목 쪽으로 와. 일렁이는 가는 물줄기가 보이면, 푸른 나무에 둘러싸일 때까지 상류로 올라와. 해가 지는 쪽으로 물길을 따라오면 평평하고 탁 트인 땅이 나오는데, 거기가 나의 집이야.‘ 이번 챕터는 전반적으로 저 이야기를 들은 후에 느낀 감상, 그와 관련된 내용이지만 나는 저 문장 자체가 가장 좋았어. 만약 내가 저 내용을 똑같이 전달하고자 했다면 이랬을걸. ’울타리를 지나서 바다 반대쪽으로 와. 물줄기가 보이면 나무가 많이 나올 때까지 쭉 올라와. 오다 보면 넓은 평지가 있어.‘ 가 나의 최선이고 저 예문이 없었더라면 오른쪽, 왼쪽, 위로 와. 이 정도일 테고. 시 한 편을 읽은 것만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오늘의 챕터는 ‘추운 계절의 시작을 믿어보자’.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겨울의 언 강이 눈꺼풀 아래에 그려지는 기분이 들었어. ‘헤어져 돌아오면 얼굴은 그새 감감해지고 그의 목소리만 귓전에 남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나는 항상 헤어지고 나면 사람들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서 이 문장이 반가웠다. 내 기억 속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눈코입이 없어. 예전에는 기억했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했던 이야기들 마저 기억이 안 나. 놀라울 정도로 하나도. 스트레스를 받은 시기가 가장 크겠지만 그 이후로는 기억 보관 기간 자체가 짧아진 것 같아. 목소리도 낮았는지 높았는지, 말은 빠른 편이었던가 아니면 여유로웠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상하게 귀에 맴돌아. 분명 목소리도 아니고 문장도 아니건만 무언가 귀에 맴..

내일은 눈이 녹을 것이다. 눈은 올 때는 소리가 없지만, 갈 때는 물소리를 얻는다. 좋아하는 사람이 보내준 책이기 때문에, 그리고 첫문장이 너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오래오래 읽고 싶어져서 하루에 한 챕터씩 읽기로 했어. 총 25일이 걸리는데 이제는 매일이 기다려질 것 같다... 오늘 읽은 챕터는 ‘온 우주보다 더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