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따뜻한 춘풍과 함께 마음속의 축하를 보내자. 뜻 모를 무작정의 축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내리라. 아름다움을 영원히 아름다움 자체로서만 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날마다 새로이 다짐하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추구하자. 조건 없는 사랑이 있다. 그 사람보다 자기가 그 사람을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억울해 하지 않는 참 사랑을 위해서라면 혼자서만 좋아하는 짝사랑이더라도 모든 정열 다 받쳐 사랑해 볼 일이다.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나날들이 되길 빌면서.

하지만 분명, 아무것도 남지 않을 리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랑이 있을 리 없었다. 돌이킬 마음 같은 건 없대도 다만 남겨진 장면들을 간직하고 싶었다. 찰나일지라도 내 삶에 존재했던 시간과 감정을 복기하며 흘러간 시절의 경로를 되짚어보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외면하거나 부정한 채로 애먼 사랑의 생애만 탓한 게 아니었을까. — 이미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신경 세포에 사랑의 장면들이 깃들어 있어서 지금의 나는 온전한 나 자신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있는 과거의 모든 총합이라는 것이다. — 당신은 늘 소식보다 먼저 도착하는 사람, 긴 세월 낡고 바래져도 소멸하지 않는 사람, 당신의 목소리에 창문을 열면 어느새 뒷모습뿐인 날들, 저 멀리 당신은 ..